이민 15년 차

2009년 7월말 시작된 이민생활이 15년을 넘어 16년이 되가고 있다. 지난 사진을 보다가 기억에도 없는 사진 한장이 눈에 띄었는데,

2009년 9월초 였으니까 시현, 한지가 학교다니기 시작하면서 매일같이 학교에서 보내오는 공지문을 받고서는 뭘해야하는지 해석하고 분석하고 부모 사인해서 다시 보내고. 필요한거는 한글로 써서 공유하고 . 그 당시에는 그나마 영어를 잘하는(?) 아빠의 몫이었나 보다. 학교에서 보내는 공지문에 대한 대응도 힘들어 하는 부모였으니 애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게된다. 4 식구 각자가 살아남기 위해 정신없이 분투하는 시간이었고, 어렸던 시현, 한지는 그때의 상처&나쁜 기억들이 아직 남아있다. 이제는 아물기 시작하는 시간들이니 나름 한시름을 놓게 되는데, 늙어가는 중인지 가끔 그때 얘기가 나오면 눈물이 맺힐때가 있는거 보면 한숨을 돌리고 있는게 맞긴 한가 보다.

글을 쓰다가 조카애들이 생각이 났고, 혼자 외로이 싸우고 있는 연우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얼마나 힘들까 하는 걱정, 부디 많은 상처&나쁜 기억이 남지않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 졌다.

5년전 3월 어느날

3개의 댓글

  1. 우리집은 도전을 어려워하는? 내력때문인지 부딪히는걸 안하려하는데, 그걸 해내는 식구들을 보면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 다 차갑고 저릿한 눈물값이겠다 싶다.
    처음은 힘들어도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걸 얻고 다른 삶을 살아보기도하는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가족끼리 의기투합되어 밀어부치는게 가능한것도 복이고. 울집은 개인생활주의자들의 합숙소같은?
    가정이다보니 계획을 세운다거나 장기적 목표라거나 이런걸 얘기하기 어려운…애들 어릴때부터 내가 해보려 여러번 시도했지만 가장이 제일 뻐쩡대는 1인이라…가족회의 싫다면서.
    그래서 내가 더 내면에서부터 외로웠을수도.
    그래서 지금껏 혼자 빌버둥치는지도.
    눈물, 이방인이 느끼는 감정, 경험하지않아 모르지만 가족만큼은 똘똘 뭉치게만든 원동력일듯해.
    이제 자리잡은 이민자들의 회한은 멋지다.

  2. 그곳에서 버틸 자신이 없어 이곳에 온것도 사실이고, 힘듬이 다른 그곳에서 버티는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도 사실이야. 뭐가 더 힘든건 없다고 생각해. 자기가 생각하기에 난 저게 맞는거 같다는게 중요한거고 그쪽으로 가고 있으면 되는거지. 나이드니까 자식간 부부간 조금씩 양보하는게 중요한거 같아. 내 공간이 필요하면 상대방 공간도 봐주고, 서로 응원해주고 하는 그런.. 그러면서 개인주의도 존중해주는. 션이는 덜하지만 한지는 커가면서 이곳의 기운이 많이 스며들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그게 존중되어야 자기도 편해해. 그것때문에 한동안 힘들었지만 서로 인정하면 편해지는것 같아.

  3. 두 개의 사진. 한 개의 마음.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내 입장에선 어렴풋이 그렇겠구나,,그랬겠구나 정도일 수 밖에 없지만
    때때로 그런 성황과 그때 느꼈을 마음들이 사무치게 공감되며 여러 감정들이 뒤섞이게 되네.
    그래도 오빠의 글 속에서 평안함이 전해져서 너무 좋음.

    여누는 독일에서의 2년차를 잘 보내고 있고, 매년 조금씩 해외에서 살아갈 때 필요한 자신만의 매뉴얼을 구축해나가고 있는거 같아. 여전히 자기말대론 ‘어케어케 다 되 엄마’ 하면서 버티고 있어.
    한 곳에 오래 머무른 게 아니라 캐나다, 한국, 독일에서도 할레, 뮌헨 ..이렇게 자꾸 옮겨 다니는 게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는 거 같다고 해. 다행이 뮌헨 겨울은 짧았고 술 마시며 열심히 노느라 지난 겨울을 더 빨리 보낸 듯. 그 어려움을 엄마인 나도 다 알 수 없지만 예전보다 분명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는 건 느껴져.

    조만간 여누 사진이랑 가족 사진들 올릴께.

    캐나다 가족들 보고 싶네. 잘 지내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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